전람회
2025.03.13 - 2025.04.19
스페이스 파운틴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기반으로 꽃과 과일 등 변해가는 사물을 기록해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김용훈 작가의 개인전 <전람회>를 진행한다. 김용훈 작가는 꽃이 가장 빛을 발하는 ‘오색찬란’한 순간을 기록한다. 봉오리 속에 꽃을 품고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흐드러지게 만개해 피어나는 찬란한 아름다움의 순간은 작가의 시선에서 새롭게 포착되고 재구성된다. 이번 전시에는 꽃을 주제로 한 <오색찬란>과 과일이 주가 되는 <그러니 부디>를 통해 탄생과 소멸, 삶과 죽음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가장 화려한 순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6세기 이후부터 대두된 정물화는 과일, 꽃, 도자기, 식기 등 움직이지 않는 일상적 물건들을 자연이 아닌 다른 공간에 새롭게 배치하는 것으로, 서양 회화의 전통에서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움직이지 않는 것을 뜻하는 Still Life의 특성은 김용훈의 사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한다. 기록에 목적을 두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꽃과 도자기의 조합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김용훈 작가는 사진이면서 회화와 같은 특별한 표현 방식을 개발했다.
작가는 도자기의 형태와 문양, 꽃의 종류와 색채를 시간을 들여 조합하고 이를 통해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순간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통해, 서양 정물화처럼 시간이 가면 사라지는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극에 달하는 평화로운 순간을 재구성해 삶의 관조하는 동양적 세계관을 함께 보여준다. 동양화의 기명절지도 또한 움직이지 않고 정지되어 있는 일상의 사물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서양화의 정물화와 비슷하다. 과일과 도자기, 연꽃, 국화, 매화 등의 꽃나무 가지나 나뭇가지 등이 주요 주제가 된다는 것은 김용훈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작가는 화면을 상하로 나누어 두 가지 색면을 조합한다. 그리고 이렇게 분할된 공간에 꽃과 도자기를 배치해 자연과 인공, 색과 형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제된 화면을 창조한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삶에 대한 염원은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상태로 표현된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진공의 공간에 펼쳐진 꽃과 과일의 형상은 우리를 소란스러운 현실과 분리한다. 서양화의 수채처럼 그리고 동양화의 수묵담채처럼 온화하고 조화롭게 융화되는 작가의 화면은 자연과 인간,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이라는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이어준다. 이질적인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완성되듯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꽃의 모습은 인생의 덧없음을 넘어 삶을 관조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김용훈의 꽃은 불멸의 삶을 꿈꾸는 욕망의 불로초이자, 두려움과 실패를 넘어 무릉도원에 활짝 핀 복숭아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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